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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키홍 <튤립 입양하기>, Latex ink printed on canvas, 50 X 70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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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소노아트컴퍼니)

 

 

 정면을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 표정을 알 수 없는 그 커다란 눈망울로 관람자를 응시한다. 하얗고 보드라울 듯한 털을 상상하게 만드는 순백의 바탕에다가 이마에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검정색 무늬가 보이는 얼굴, 양 옆에 커다란 삼각형의 귀는 이 녀석이 고양이이든 호랑이이든 간에 분명 고양이과의 무언가 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그렇게 설명하고 다시 이 치유치유(cheeyou cheeyou)의 얼굴을 띁어보니 수염이 없다. 수염 없는 이 녀석 귀엽기 짝이 없다. 이상은 작가 치키홍이 작품에서 화자이자 작가의 분신으로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끌고 있는 캐릭터 ‘치유치유’의 생김새에 대한 설명이다. 작가의 창작물인 치유치유는 어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아픈 곳을 낫게 해 준다는 의미를 담은 캐릭터이다.

 

  캐릭터 치유치유를 설명하면서 표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언급한 것은 이 표정 없음이 관람자로 하여금 시시때때로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치유치유의 단순화된 몸 동작이나 간략한 주제 의식으로 무언의 언어들을 담아내고 있었던 이전의 작품 경향에서 현재 작가가 들어내고 있는 작업들은 이러한 무표정 만큼이나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부자 아빠와의 여행(2015)> 이나 <튤립 입양하기(2015)> 등과 비교해서 그 전의 <혼자놀기(2010)>나 <Rebirth(2010)> 등지에서는 제목과 캐릭터의 무표정한 소재들 속에서 작품의 주제는 무방비로 상처받고 내몰리는 안타까운 인간 군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이미지의 작은 동물 캐릭터는 사람으로 의인화되어 그렇게 세상에 내 버려진 모습으로 작품 속에 등장했다. 이후 최근의 작업 시리즈들에서는 세상을 향한 따스함이 작품에 배어난다. 물론 작가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선명하고 분명한 색감들은 이들 작업들에서도 동일하게 선보이고 있다. 색감들의 배열에 있어서도 작가의 취사 선택의 여부에 있는 것이기는 하나 여하튼 이전의 원색적인 색들의 조합체들 보다는 파스텔톤의 채도 높은 색채들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작가의 바뀐 작품 경향을 대변하는 큰 하나의 특징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으나, 이 점이 변화된 일부 양상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근작들에서 변화된 모습은 이전 작업들에서 캐릭터의 주제 의식이 밝은 색감과 쉬운 이미지들과는 달리 작품 제목을 확인하면 매우 안타까운 현실세계의 반영들이 묻어나는 경우였던 것과 달리, 직관적인 이미지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사회 고발이나 슬픈 모습이라기 보다는 겨울의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가벼운 봄 옷으로 갈아입은 뒤 산책 나온 가족들을 연상하는 따스한 시선이 작품에 흐른다. <식샤를 합시다> 시리즈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일종의 광풍처럼 불고 있는 맛집과 맛난 음식들에 대한 미식가적 조우로써의 경향을 대변하고 있으나, 이 역시 표현에 있어서 이전의 사회비판적인 견해를 들어내거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식의 줄거리가 아니라 이미지 자체의 직관적인 의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몇몇 변화된 작품의 양상들에서 작가의 태도는 마치 신랄한 비판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양태들을 보듬는 형태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일면식도 없는 일반 청중을 향해 프리허그를 외치는 광장에 홀로 서있는 어떤 인물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렇게 치키홍은 두 팔을 벌려 보듬는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군중을 향해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더 큰 힘을 받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