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홍 _ 파랑새 소년

 

 

언제부턴가 작업실 책상 위에 이상한 발자국이 나타났다. 모양은 새의 발과 닮아 있었고, 그 동선은 한참 전에 읽다만 책과 노트북 키보드 그리고 낙서로 가득한 A4용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 옆에는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가 있었고, 흔적은 컵 바로 앞에서 끝이 났다. 신기하게도 발자국이 찍힌 용지에선 푸른 바다향이 났다. 이런 기묘한 일들이 요즘 들어 종종 일어나고 있었다..

하루는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와 실내 공기를 데우고 있었고, 나른한 졸음이 밀려와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순간 머리 위에서 이상한 무언가가 천천히 나비처럼 떨어졌다. 손으로 잡고 보니 푸른빛의 줄무늬 깃털이었다. 새가 확실했다. 매의 눈을 뜨고 창문 밖을 아무리 찾아봐도 같은 깃털의 새는 보이지 않았다. 낯선 깃털 그리고 발자국들… 놈은 분명 이 방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분명했다. 놈을 잡기 위해 방구석 구석을 뒤져도 범인은 쉽사리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묘연히 사라진 범인을 궁금해하며 며칠이 지나고 한 주 두 주가 넘어 녀석의 존재를 잊어갈 무렵 신발을 신으며 어렴풋이 본 거울 앞에서 놈과 마주하게 되었다. 녀석은 내 머리 위에 앉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골똘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곤 금세 어딘가로 다시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파랑새를 그리고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치키홍(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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