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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선 <아해(개구장이)_날으는 들꽃>, acrylic on canvas, 117 X 8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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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성(소노아트컴퍼니)

 

  흩날리는 꽃잎들과  화면에 눈맞춤하는 어린아이들이 등장하는 작가 이상선의 작품 시리즈 <아해(兒孩)_날으는 들꽃>은 시인 이상(李箱 , 1910 – 1937)의 시(詩) “오감도(烏瞰圖)” 가운데 등장하는 ‘아해(兒孩)’에서 차용된 단어이다. 그러기에 작가의 작품에 앞서 이상의 오감도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시인은 이 시에서 식민지 현실 속에서 그 어떤 변화도 꽤하기 힘든 무기력한 인간으로써의 스스로를 아이(아해/兒孩)에 비유해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적 상황 하에서 일개 개인이 겪었어야 하는 우울감과 오감도라는 시를 모른다 하더라도, 이상선의 작품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고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마치 먼지가 부옇게 켜켜이 쌓인 누군가의 아날로그 사진첩에서 찾을 수 있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 같은, 그러면서도 간략하게 정제된 색감과 붓 터치, 때로는 수줍은 듯 돌려진 시선 속에서 어른이 된 뒤에는 가져보지 못한 순수라는 단어를 떠 올리게 만드는 모습. 얼핏 작가의 작품들은 해맑은 어린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보일 수도 있으나 작품에서는 공통 기저로 슬픔이 묻어 나온다. 이를 슬픔이라는 애잔한 감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일종의 우울감이라는 마음 한 켠 저 밑바닥의 들쳐내고 싶지 않은 파편들에서 오는 실체 없는 부끄러움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것이건 간에 이상의 오감도 아해와 이상선의 그것은 감정적인 부분에서 오버랩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꽃잎들이 날리는 화면의 ‘날으는 들꽃’들은 봄을 지향하고 있어 보인다. 소원한 봄은 오고야 마는 계절이다. 그러한 봄의 인상은 따뜻한 햇살과 바람결에 전하는 살갗을 부비는 고운 공기, 앙상하기 그지 없는 마른 나무 가지 위 연두빛의 연하디 연한 숨결로 대변된다. 이런 봄을 기다리는 것은 더운 여름이나 무르익은  총 천연색이 만연한 가을을 지나면서가 아닐게다. 시린 찬 바람 가운데 흐린 회색 빛의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되는 겨울, 그 가운데 기다림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봄은 사계절 가운데 하나인 봄(春)과 오감 가운데 하나인 봄(seeing, 보다)의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봄날의 봄을 기다리다≫라는 전시 제목은 이러한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다. 작가의 <아해(兒孩)_날으는 들꽃> 시리즈를 보며(seeing) 다가올 봄(春)을 기다려 본다. 인생의 봄이건 계절의 봄이든 따뜻할 테니. 난해한 시에서 분화된 시인의 자조적인  감성과 회화 작품에 녹여진 작가의 감수성은 앞서 언급한 비슷한 지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이따금 작가가 던지는 희망에 대한 기다림에  있다. 현실의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봄의 인상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