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머물기 _ 성유진 展

 

흑백의 강한 대비로 내면 깊숙한 모습을 치열하게 보여줘 온 작가 성유진의 《보통의 머물기》展은 컬러풀한 색감의 콘테와 과슈로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습니다. 2019년과 2020년을 관통하는 시간 동안 작가가 보낸 일상이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았던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누구나 다양한 내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듯, 이번 전시 작품들은 작가의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이면을 발견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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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작가노트)

 

보통의 머물기

집에 머물기, 작업실에 머물기 머물기가 일상이 되면서 창밖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꽤 오랜 시간 창밖을 바라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기사나, 뉴스를 보고, 관련된 주제들을 검색하 는 것에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것도 창이라면 창이겠지. 사용하는 운영 프로그램 이름도 window니, 억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창이라고 부르고 싶다. )

 

작년 겨울 작업을 위한 계획을 하나 세웠었다. 한 달 중 1주일은 여행을 하면서 작업하기! 생각만으로도 흥분되고 신나는 계획이었다. 어서 다음 해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다가 온 봄은 내 기대와 달랐다. 여행은커녕 장을 보러 나가는 거 외에는 가능하면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지냈다. 그래도 지낼 만 했다. 레지던시 생활이 아니면 그렇게 자주 이동하는 편도 아니었고,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았으니깐. 불안함은 있었지만, 이 생활에 불 편함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외출 후 괜히 나의 동선을 기록해 보기도 하고, 아침, 저녁 눈 뜨고, 감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국내, 해외 확진자 추이를 보는 것과 창을 많이 보게 된 새로운 습관 외에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자의가 아니라 상황에 의한 제한은 시간이 길 어지면서, 창문 너머 풍경의 잘살고 있는 식물들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게 되고, 인터넷 으로 쏟아지는 가짜 뉴스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 것에 피로감도 느꼈다. 특별한 이유 없 이 감정이 안정적 경계선 아래로 쭈욱 내려가는 일이잖아졌다.

 

온라인에서도 이 시기를 경 험하는 사람들의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글들을 많이 접할수록 더 가라앉았다. 의 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 긍정적인 생각과 기분 좋은 감정들을 느끼게 해 주는 것들을 따 라갔다. 창밖을 보다 혹은 온라인 속 기사, 음악, 영상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 평소에 아 주 관심 있었던 주제도 아니다. 다만 그 순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위로가 되었던 이 미지들이다. 그런 이미지들을 만나면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담을 수 있게 희화화하여 표현 하였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너무 무겁지 않게 내 생각, 감정들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 게 두고 그려나갔다.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하지 못한다. 괜히 시도했다가 진지한 이야기로 결론이 나서 말 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큰 즐거움이나 웃음을 주고 싶다는 야 망은 없다. 가만히 있어도, 무거운 생각들로 가득해지는 요즘, 가을바람 쐬러 들른, 잠깐 머 무는 공간 속에서 그림을 보며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