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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시선을 접속하다

 

이진성(소노아트컴퍼니)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거듭되는 회화 작품 창작의 기본적인 물음들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지닌 3차원의 시각을 어떻게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느냐, 혹은 그것을 어떻게 변형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원론적인 질문에 있어 그 출발점은 의례 평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2차원을 시작점에 두고 던지는 물음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평면 작업이 안고 있는 이러한 원류적인 질문들이 아니라, 3차원을 시발점으로 안고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는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보지 않을 수 없겠다. 평면적이거나 혹은 입체적이거나를 비켜나 입체에서부터 시작하는 작업의 경우 작품이 주는 입체감뿐만 아니라, 작품이 인식되게 되는 공간과 더불어 작가의 접근 태도는 어떠한지 말이다.


  이번 전시《공간, 시선을 접속하다》展은 그런 의미에서 각기 다양한 작업들을 펼치고 있는 홍익대학교 조소 전공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공간’과 ‘시선’이라는 두 가지의 큰 키워드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품이 상징하는 ‘공간’과 작가로 대변되는 ‘시선’은 여러 가지의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담고 있다. 예컨대 공간이라 함은 “지금 여기”를 대변하는 철학적인 개념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작품 자체가 지닌 물성, 작품이 어딘가에 위치하게 될 때 그 전체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시선은 작가가 지닌 시선, 타인이 바라봐 주길 원하는 의도된 시선, 고정되지 않았으나 내포된 시선 등 등. 이러한 키워드 읽기로 작가와 작품을 별개의 것으로 분리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또한 공간과 시선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하고자 하는 바도 아니다. 다만 그 둘을 양분해서 ‘작품’과 이를 보는‘바라봄’이라는 근본적인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공간’은 작품이 선사하는 모든 물질적인 영역을 공간이라 볼 수 있다. 물질적 영역이라 지칭하기에는 퍽이나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는데, 이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작품이 내재한 실재적 현존성과 확장성을 공간의 성격으로 읽을 수 있다. 작품에서 들어나는 공간적인 영역들과 자체적으로 내재하고 있지는 않으나 확장되는 공간성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크기를 확장된 영역까지로 확대하게 만드는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이런 공간성의 매력은 작품이 지니는 무한한 상상력과 결합되어, 작품의 크기를 전시장 바깥으로 확장시키기도 하고 작품 안으로 끌어 들어가 함축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선’은 작가 본연의 작품에 임하는 태도적 측면에서의 시선과 완성된 작품 자체가 관람객을 향하는 시선이 있을 것이고,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게 될 때 들어나는 관찰자의 시선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시선은 작가에 의해서 연출되기도 하고, 혹은 방향성이 설정되기도 할 것이다. 이 각각의 분류들이 다양하지만 기실은 창작 과정에서의 작은 차이로 인해서 규정지어 지기도 하고, 의도되기도 한다.


  먼저 설명한 작품의 다양한 공간들이 바라봄을 의미하는 시선들과 접속을 꾀하려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제된 작품의 틀 보다는 구획되지 않은 작품의 심상적 크기, 그 하나의 공통분모에서 시작된 89명 참여 작가의 공간과 시선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목격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